제목 : 재경 계성동문 합동산행 후기 등록일 : 2005-05-16    조회: 730
작성자 : 박용운 첨부파일:
재경 계성동문 합동산행 후기


아!!! 우리 62회는 서울 동기생 한명을 저 멀리 에베레스트에서 떠나 보냈습니다. 대구 계명대학교 OB 산악회장으로 있던 한승권 동기가 작년에 에베레스트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던 우리 81회 후배들의 시신 수습차 엄홍길 산악인과 함께 갔던 계명대 후배 산악회원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현장을 방문했다가 고산병인 폐부종으로 운명을 달리하여 지난 토요일 대구 모래아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하였습니다. 서울 62회에서는 권원봉, 이한기, 윤강, 김동수, 그리고 저가 함께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산이 좋아 산에서 가신 동기를 앞에 섰는 건 비슬산이요로 시작하는 교가를 부르며 떠나 보내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한번 오면 또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다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들은 미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잘 가시고 편한 시간 보내시게 한승권 동기여!!!

서울 동문 산우회에서는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가평 연인산으로 원정 산행을 계획 했습니다. 전날 대구에서 권영보 회장단과 헤어진 후 방0철, 박0욱 등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고 돌아와 심신이 피곤한 상태였지만 산행에는 빠질 수가 없지 않겠는가. 평상시 출근할 때보다 더 이른 시간에 기상하여 밥 한술 뜨고 도시락에 오이 몇 개를 챙겨 넣고서 약속장소인 서초구청으로 향한다. 이른 시각임에도 햇살은 맑고 따사로운 게 참 좋은 날씨다. 동기들에게 함께 가자고 전화연락도 제대로 모했는데 과연 몇 명이나 올는지 걱정스런 마음으로 도착해보니 아이나 다를까 쪼매 썰렁했다. 그래도 다행스런 것은 수원 삼성전자의 류진국 동기가 와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한 두 사람이 산행에 함께 해준다면 우리 산우회가 나날이 발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사람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차는 출발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알고 보니 58회 김철민 선배님 부부가 늦게 도착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멀리 강북 도봉구에서 여기까지 와 주시는 선배님의 마음 씀씀이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늦게 도착하신 선배님을 박수로 환영하고 나니 등반대장 정기훈 선배가 떡이며 음료수를 일일이 챙겨 주신다. 왜냐하면 동기생이니까……
차량 앞에 부착된 시계를 보니 07:55분 드디어 차량이 서서히 시내를 빠져나간다. 도곡동, 대치동을 지나 88올림픽 도로에 들어서니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 한강변 고수부지에는 벌써부터 축구며 야구며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무신 행사가 있는지 천막도 있고 깃발들도 나부낀다. 우리 계성 동문들도 지난주에 여의도 한강변에서 저런 큰 행사를 해서 그런지 모든 동문들의 눈길이 그 쪽으로 향한다. 모두들 지난주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미소 짓고 있으리라. 굽이처 흐르는 한강을 끼고서 그렇게 그렇게 차량은 목적지를 향하여 전진한다.

두물머리를 지나 한참을 달리던 차량은 대성리 휴게소에서 잠시 멈춘다. 휴게소 앞의 전경을 보고서 흐르는 북한강과 이름모를 산이 어우러져 원근법이 잘 묘사된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고 47회 이성덕 고문님의 감탄사가 연발된다. 자연이란 위대한 것이다. 어느 누가 저렇게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오직 천지를 창조하신 조물주 만이 가능 한 일이 아닐까 싶다. 다시 버스에 올라 58회 정기훈 등반대장님의 간단한 산행계획을 듣고서 차는 백둔리에서 멈춰선다. 예전엔 번창했다가 지금은 아마 폐교가 된듯한 백둔초등학교에는 이미 먼저 온 차량들로 상당히 붐비고 있었다. 이 곳 연인산은 현재 가평군에서 마음먹고 개발하고 있는 관광 코스의 하나다. 지도에는 우묵봉이라 표기한 것도 있지만 이산의 명칭은 가평군에서 지난 ‘99년 새로이 명명한 연인산이다. 이곳에서 사랑을 빌고 소망을 빌면 이루어 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누구 말마따나 산이름을 정식으로 짓고서 전설도 새로 지어낸 게 아닌지는 모리겠지만……

오늘 산행은 5.8㎞의 장수능선으로 올랐다가 약 2㎞의 소망능선(일명 깊은능선) 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오늘 우리의 산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하여 정기훈 등반대장님은 엊그제 회사에서 월차를 얻어 이 곳을 정찰하였다니 그 성의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맙습니다. 우리의 대장님!!!
초반부에 땀을 쪼매 흘려 볼까하고 가파른 임도를 쉬지 않고 오른다. 산 이름이 연인산이라서 그런지 아지매들이 억수로 많다. 물론 이쁘지는 않지만. 어영부영한 아지매들을 오이꼬시(추월, 이런말 써도 되나??)하여 장수 삼거리에 다다르니 땀이 시원하게 흐른다. 이기 곧 행복이고 기쁨이 되는거 아인가. 시원한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오이 한쪽을 나눠 묵고 나니 후미 팀들이 슬슬 올라오고 있다. 오늘의 후미는 역시나 55회 박노진 선배님인데, 평소에 잘 처지지 않던 60회 김재희 선배는 오늘따라 행수님이 쪼매 헤맨다. 지난번에 다리를 쪼매 다쳤는데 덜 낫고 산행에 참석하여 고생 하신다.

장수능선으로 올라서니 쪼매한 길이 둘이 함께 걷기도 어렵다. 둘이 같이 갈라카마 허리에 손을 두르고 껴안 듯이 걸어야만 가능할 것 같다. 이래서 연인끼리 걸으라꼬 연인산이라 캤는강??? 나는 오늘 연인이 없으이 되지도 않는 기고 다음에 다시 와서 함 해봐야 되겠다. 이곳 연인산은 대한민국에서 해발 1000M가 넘는 산 중에서는 유일하게 바위가 없이 훍으로만 형성된 육산(陸山)이다. 폭신폭신한기 걷기에는 아주 끝내주는 산이다. 중턱쯤 올라 장수능선 본류에 도달하니 말 그대로 철쭉터널이 나온다. 양지바른쪽의 철쭉은 피다 말고 지고 있고 음지쪽의 철쭉은 아직 피지도 않고 망울만 맺혀있다. 그런데 우리의 조명래, 이기 벌써 다 진줄 알고 있으이 골치 아픈기지. 다음주에 철쭉제와 야생화 전시회 한다고 되있는데 벌써 다 져쁬다 카마 누가 오겠노, 여기까지. 명래 여사 왈!!! 그라이 씰데없이 아는 체 하지 말라 카드라꼬.

능선을 따라 오르고 또 올라도 정상은 안보이고 고거 참 디게 멀데. 간간이 나타나는 깔딱고개 또한 작난이 아니고 역시 해발 1,000M가 낮은 거는 아이드만. 61회 정상동 행님, 57회 배경찬 행님 오늘 안오시기를 잘 한 것 같네요. 왔으마 쪼매 욕 봤을껍니더. 얼굴은 땀으로 얼룩져 소금기로 하얗게 변해도 마음만은 기쁘다 카마 믿겠나요 저의 말을.
정상 바로 아래쪽에 장수샘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약수중의 약수 아이겠십니꺼. 이렇게 높은 곳에 지혼자 샘 솟는다 카이 과히 좋은 물이겠지요. 한모금 시원하게 묵고서, 제가 말하길 이물을 여까지 와가 하루에 한잔씩만 묵으마 장수하겟다 캣디 61회 전종인 선배님 왈!!!
이물 묵을라꼬 하루에 한번 여까지 와뿌마 장수가 아이라 골빙 들겠다 그카데요. 누구말이 맞는지는 모리겠지만 한바탕 웃음꽃을 활짝 피웠지요. 그란데 어떤 못생긴(?) 아지매가 샘물 옆에서 수건을 빨면서 물을 막 튀기다가 우리 고문님 한테 혼 났지요. 사람이 상식이 있어야제. 먹는 물 옆에서 빨래하마 되겠냐고요. 이뿌마 봐주겠지만.

장수샘물까지 묵고 다시 오르는 깔딱고개는 고지가 바로 여긴데 하면서도 힘드는 건 매 한가지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 고지정상에 오르니 1,068M 표식주와 여기에서 사랑과 소망을 빌마 이루어 진다카는 탑이 반긴다. 오르그라를 한번 외치고 저 멀리 바라보니 명지산이 보인다. 산을 잘 타는 사람은 명지산에서 여기까지도 온다 카는데 우리는 쪼매 무리겠지. 인근에 화악산 등 좋은 산들이 많지만 아마도 이곳 연인산이 젤 좋지 않겠나 싶다. 정상을 찜하고서 모이기로 약속한 곳으로 가니 52회 박철환 회장님은 벌써 가평 잣막걸리에 참이슬까지 겸비하고서 오찬을 즐긴다. 우리 62회도 조촐하나마 잣막걸리에 도시락을 펼치니 김밥에 백반에 멸치에 고추무침이라. 열무김치도 좋고 정구지 김치도 입맛을 땡기니 고만에 배가 빵빵. 아고 힘들어라. 쪼매 덜 묵어야 되는데.

기수별로 삼삼오오 모디 앉아 즐기는 오찬이 거의 다 끝나고 행사를 할라 카는데 또 문제가 생긴기라. 61회 종인행님이 시컷 쏘주 묵다가 이제야 짜장에 밥비비고 있으이 행사가 되겠냐고요. 그 덕분에 아직까지 덜핀 철쭉이며 산 정상을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인 엘레지 꽃이며 이름모를 노란이파리 다섯 개짜리 야생화며, 60회 김연욱 선배 말따나 자연을 좀 즐겼지만……
교가제창 이전에 에베레스트에서 운명을 달리한 62회 한승권동기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한번 하고서 우리 계성 산우회를 잘 보살펴 줄 것을 빌었다. 아마도 우리 산우회는 더욱 발전하리라. 계성 산우회 파이팅!! 오르그라 화이팅!!!

내려오는 소망능선은 거리는 짧지만 가파르기는 작난이 아니다. 밧줄을 잡고 한참을 내려와도 계속 가파르고 꼬불꼬불하다. 야, 일로 올라 왔으마 반 죽었겠다 카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니 시작이 있으마 끝이 있듯이 아까 출발한 삼거리 가게가 나오드만.
52회 박철환 회장님을 비롯한 선두그룹에서는 캔맥주 하나씩을 들고 있는데 후미 그룹 줄라꼬 그 캔들을 반씩 남겨서 들고 있드라꼬요. 그 얼매나 마음 씀씀이가 좋십니꺼. 왜냐하마 돈이 없는기 아이고 그 집에 맥주가 다 떨어 졌는기라요. 그 반 남은 캔맥주가 와그리 시원하고 맛있던지 고마운 그 마음까지 함께 마셔서 그런거 겠지요.
조금 내려와 족탕을 시원하게 하고 나니 피로여 다 가그라!!!
백둔초등학교 초입에 들어서니 54회 이재영 선배님이 아프신 마후라(?)를 이끌고 잣 막걸리를 준비하여 방문해 주셨네예. 참말로 계성학교니까 가능한 일이지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나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빨리 나아서 다음달 산행에서 꼭 보입시데이.
버스 앞에서 막걸리를 펼쳐놓고 번데기에 감자전에 운전기사가 다른데서 얻어다준 김치며 명숙이 선배가 꺼내놓은 마른안주까지 있으니 한 사람씩 돌아 가면서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씩 원샷!!! 거다가 55회 노진형님이 따온 두릎 안주는 일품이었지예.
차가 밀릴 것을 대비해 전부다 야전화장실을 이용하여 체중감량을 하고서 모두들 버스에 오른다. 자, 지금부터는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즐겨야 한다. 이 길은 원래부터 밀리는 길이니까.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55회 박노진 선배가 야생 더덕주를 제조한다. 그 향기가 온 버스에 요동치니 작년 불기산 갔다 오면서 열차칸에서 막걸리에 맥주에 소주까지 섞어서 더덕 한뿌리를 넣고서 돌려 먹던 그 시간이 생각나네요. 앞에서부터 뒤까지 쪼매한 잔에 더덕주 한잔씩을 돌리니 그 맛이 꿀맛이다. 뒤에는 그 좋은 취나물이 떨어져가 쪼매 아쉽기는 하지만. 역시 음식은 쪼매 부족하듯이 묵어야 지맛이 난다. 남아 돌아가는 음식은 맛이 없다. 그렇게 야금야금 한잔씩을 하고나니 차가 밀려도 불평도 없다. 그저 신날 뿐이다. 오후 9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지인 서초구청 앞에 도달하니 아!!! 오늘 하루 참 즐거움을 주신 산우회 임원진님 고맙습니다.
양재동에서 52회 박철환 회장님 기수와 우리 62회가 조촐히 뒤풀이 자리를 마련하니 참말로 딱 10년지기네요. 이렇게 허물없이 선후배가 어울릴 수 있는 학교 또한 우리 계성학교 말고 또 있겠십니꺼??? 고맙습니다. 많은 선배님들 다음달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고 산행때 보입시데이.



2005. 5. 16. 오르그라 산우회 총무 慧空 박 용 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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